산자락

경춘고속도로가 생겨 운전하는 사람들이 편리해졌을지 몰라도 
나는 별로 반갑지 않다. 그런 고속도로 없던 시절 강원도 쪽으로의 
드라이브를 하던 추억이 그립다. 그래서 실지로 일부러 고속도로를 
피하고 옛날 길을 택해 달리는 때가 더 많다.

고속도로는 말할 것도 없이 빨리 가기 위해서 만들어졌지만 달리다가 
잠시 멈춰서 한눈을 팔 여유가 없어서 서운한 것이다. 자동차를 달리면서 
옆을 전혀 보지 않고 가야 한다면 그건 단순노동이다. 주변 산과 들은 
물론 나무와 개울물 심지어 개울가 돌과 바위까지 즐기면서 가면 잡고 있는
핸들이 가볍게 느껴지 않는가.

특히 강원도지방의 드라이브는 먼선과 가까운 산, 울창한 숲과 오두막집들을 
많이 볼 수 있어 좋다. 1980년대 어디 쯤이었던가....비탈진 푸른 들판에 작은 
집들이 모여있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던 마을을 만나 가벼운 스케치를 
한 적이 있다. 유성펜으로 윤곽을 그리고 대충 초록과 파란색을 써서 마무리를 
하면서 버릇처럼 저 집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편다
                                                        (건강생활 2010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