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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6월10년 넘게 몸담고 있던 독일 회사가 철수하는 바람에 억지춘향으로 당시 독일회사의 지점장을 하시든 분과 독립해서 여의도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소위 말하는 걸레 장사를 한 5년 더 하다가 그분과 갈라서서 나는 다른 독일회사에 다시 취직을 해서 베트남 생산을 담당하게 되어 아직은 반쯤 개방되어 있던 호치민으로 밥줄 찾아 떠나간 것이 1990년 12월 이었다.
그 이후 약 2년간은, 도이모이 정책을 통해 베트남이 개방을 하면서 급격히 변화하는 와중에 있다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옮겨 갔었다.
그 당시의 베트남은 그야말로 가난이 줄줄 흐르는 그러한 나라였다. 물자가 귀해서 칠할 페인트마저 없었는지라 습기가 많은 열대지방인 호치민의 건물들은 검은 곰팡이가 피어나서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고 전기가 부족해서 밤이 되면 더욱 스산한 것이 마치 유령도시 같았었다.
당시 자본주의 국가에서 호치민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싱가폴과 방콕 단 2곳이었는데 그 중의 하나였던 방콕의 돈무앙 공항에서 낡아빠진 구 소련제 TU-135기를 타고, 월남전 당시 그 이름을 많이 들어봤던 탄손누트공항(그 의미를 물어서 추측컨데 한자로는 新山一 공항이 맞을 것이다.)에 내리니 전쟁 때 파괴된 전투기 격납고 등이 손도 못댄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보딩브릿지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고 심지어는 버스도 없어서 무거운 손가방을 든채 무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흐리며 시골 기차역 같은 건물까지 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몇 년 후인 1998년인가 다시 호치민에 갔을 때엔 공항청사가 확장되어 지금의 김포 공항청사를 짓기 전 국제공항청사보다 조금 작지만 그래도 2층에 보딩브릿지도 한 두서너 개를 갖추었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가보니 일본사람들이 지었다는 청사가 비록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국제공항으로서 손색이 없는 면모를 과시하고 있었다. 점차 항공여행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지라 다시 신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하니 베트남도 이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별로 빠지지 않을 국제공항을 가질 모양이다. 이게다 개방 개혁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서 경제건설에 전념을 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굶주리는 사람에게 물고기를 던져주기 보다는 낚싯대를 주고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란 것이 이곳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상해의 동방명주에 올라서서 어떤 사람이 천지개벽을 했다고 하는 말이 이곳까지 전해졌는데 내가보니 베트남이야말로 천지개벽을 했다고 해야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재미 있는 것은 지구상에서 후진국에서 이렇게 천지개벽이 된 나라 치고 독재 국가가 아닌 나라가 없다는 점이다. 단 독재라고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고 독재에도 급이 있어서 양의 독재와 음의 독재가 있는데 양이냐 음이냐 하는 것은 독재자의 철학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민주적인 직접선거 방식에 의해서 선출된 권력도 제멋대로 독선적인 정책을 편다면 견제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독재든, 선출된 권력이든 권력자 한 사람의 철학이 수천만 국민들의 앞날에 엄청스러운 영향을 미친다는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 없는 선출된 권력보단 철학 있는 독재권력이 일반 무지렁이 백성들이 살아 가는 데엔 더 바람직 할지도 모르겠다.
국가 지도자의 가 장 큰 책무는 무엇보다 백성들의 등 따스고 배부르게 해주는 것이고 그 다음엔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독재든 민주든 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현재 베트남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가장 큰 공신은 개방된 공산독재라고 한다면 망발이 될까 모르겠지만 철학있는 독재가 무책임한 민주보다 못하다는 증거는 찾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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