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의 3월은 늘 그렇듯이 건조하고 나른하다.
그래서 칠순을 넘긴 노부부에겐 느림의 美學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알게하고 그것을 아낌없이 만끽하게 해 준다.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 역시 새로운 느림으로 우리 부부에게 다가오리라.
한달 계획으로 서울에 왔지만 갑작스런 태국정부의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에 기약없이 지나버린 열달.
그리고 오랜 망설임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
코로나에 발목 잡혀 제약받는 일상과 매섭던 1월의 추위 보다는 오로지 복잡스런 서울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이상 나의 인내심을 허용치 않았기 때문이다.
방콕에서의 징역살이 같은 2주일간의 격리생활을 감수 하더라도 하루빨리 그 번잡함에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뿐 이었다.
그리고 치앙마이로 돌아온지 꼭 한달이 지났다.
가끔씩 격의 없는 친구들과 어울려 소소 하지만 정겹게 나누던 담소의 즐거웠던 기억이 아쉽기도 하지만 매일매일 기대해도 좋을 새로운 하루가 나를 기다리고 있음에 감사한다.
잠에서 깨어 창문을 열면 아직도 선선한 치앙마이의 새벽 공기가 나를 반긴다.
매일 아침 나만이 느끼는 행복이 온몸을 전율케 한다.
동시에 순간순간 나를 깨워 일으켜 주는 호라티우스 그리고 키팅 선생의 한마디.
"Carpe Diem !!"
"오늘에 충실하고 생각나면 당장 실천 하시게 !!"
6년전,내가 치앙마이로 간다고 했을때 주위에서 묻는 말은 하나같이 무엇 때문이냐 이었고 나의 대답 역시 한결 같았다.
하기 싫은 것을 하지않을 자유를 누리고 싶다고....
남은 내 인생에서 하고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것 보다는 하기 싫은 것을 하지않을 자유에 더 많은 가치를 느꼈기 때문 이라고.
여섯달 전,지난해 9월.
여섯달 정도쯤 지난 올 3월이면 코로나 상황도 어느정도 잠잠해 지리라 생각되어 우리 게시판을 통해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을 하자고 제안을 했었다.
돌아보면 무리한 제안이 된 셈이다.
이제 다시 수정하여 6개월후로 제안해 보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따라 붙음을 어찌 할 수는 없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기다려 본다.
더해서 겨울이 오기전에 싼티아고 순례길(Santiago de Compostella) 중에서 포르투갈 海岸을 따라 걷는 대략 보름간의 도보여행도 함께 제안해 본다.
아무것도 하지않을 자유와 무엇인가 해야할 의무는 항상 공존한다.
겨우 창문 하나 뚫린 공간에서 부대끼며 지내기에는 아직 우리의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 나이가 젊지 않은가 ?
그래서 나는 순간순간 호라티우스를 만남에 게으르지 않으려 한다.
그는 오늘도 나의 손목을 잡으며 말한다.
Carpe Diem.
"자네의 길고 긴 희망을 조금 더 짧은 시간을 위해 줄이도록 하게.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덧없는 세월은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네.
지금 이때를 잡도록 하게나.
기약없는 미래에 대한 믿음은 되도록이면 줄이도록 하고."
백신접종이 시작 되었으니 지겹던 시간도 이제 얼마있지 않아 그 꼬리를 내리겠지.
값어치를 잊고 지내버렸던 예전의 그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 가면 그때 다시 우리의 내일을 이야기해 보자.
그리고 만나는 친구 누구라도 서로에게 격려하며 함께 외치자.
Carpe Diem !!!
카르페 디엠 !!!
나는 이미 시베리아 횡단열차 침대칸에 누워 아름다운 포르투갈 대서양 해변을 따라 걷는 꿈을 꾸는 나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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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21.03.18 - 0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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