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에 살고 있는 여운근 동기의 배려로 지난 주 몇사람이 골프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치앙마이로 가기 전 방콕에서 3일을 머물 렀는데 ‘콰이 강의 다리’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콰이 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 우리는 고등학교 때 영화를 통해서 이 다리를 알고 있지요. ‘콰이 강의 다리’는 1957년 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데이비드 린이 감독한 영국의 영화이지요. 이 영화는 허구지만, 1942년~ 1943년에 있었던 역사적인 태국- 버마 간 철도 건설을 주제로 한 내용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윌리암 홀든과 알렉 기네스가 나옵니다. 다 떨어진 군화를 신고 행진하는 연합군 포로들, 다리가 폭파되는 장면 등... 아직도 기억이 나는군요. 아카데미 상을 7개나 먹었지요. 또 이 영화와 함께 이 영화를 더욱 빛내주는 휘파람 행진곡- 콰이 마치 (The River Kwai March)는 등교길 아침에 잘 듣던 경쾌한 행진곡이지만 ‘콰이 강의 다리’에는 사실 우리도 몰랐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수많은 조선인들의 고통과 죽음이 묻혀 있습니다.
1941년,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버마 등지에서 물자를 구하고 보급로 확보를 위해서 태국- 버마 간 415km의 철도를 건설하는데 그 중 한 구간이 ‘콰이 강의 다리’의 이야기입니다. 일본은 콰이 강의 다리를 건설하기 위해서 연합군 포로들을 투입 합니다. 그리고 영어를 할줄 아는 조선인 300여명을 동원해서 ‘군속’이라는 명분으로 콰이 강의 다리 공사 현장으로 보냈습니다. 조선인들은 포로 수송과 감시 등의 일을 맡았는데 일본이 패망하고 수용소에 연합군이 들어오자 일본은 조선인들을 버렸습니다. 연합군은 조선인들을 일본인으로 간주하고 그 중 52명을 전범 재판에 넘겼습니다. 일본은 조선인들을 구명해 주지 않았고 물론 한국 정부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조선인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직접 구명을 하고 해서 몇사람 살아 남기는 했지요. 결국 23명의 조선인들이 전범으로 처형 당했습니다.
방콕에서 서북쪽으로 1시간 반 가량 달리면 ‘칸차나부리’라는 곳에 콰이 강의 다리가 나옵니다. 영화 속에서는 콰이 강의 다리가 폭파되는 장면이 나오지만 실제로 콰이 강의 다리는 나중에 철교로 다시 지어 졌다가 1944년 연합군의 폭격으로 폭파됩니다. 현재의 철교는 종전 후 복구된 것이고 처음 만들었을 당시의 목조 다리 일부가 박물관에 보관 되어 있더군요. 영화 콰이 강의 다리는 이곳과 스리랑카 등 다섯 군데서 촬영되었지요.
‘콰이 강의 다리’ 부근에는 다리를 지키다가 죽은 일본군을 위한 위령비가 있고 연합군 희생자를 위한 전몰자 묘지와 추모비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일본 때문에 억울하게 희생된 조선인들을 위한 추모비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또한 일본은 지금까지 ‘콰이 강의 다리' 공사에서 희생된 조선인들에 대한 언급도 없고, 91년에 제기된 보상 청구 소송도 99년에 기각되었습니다. 지금도 콰이 강의 다리를 보러 유럽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더군요. 나중에라도 콰이 강의 다리에 가시게 되면 당시 희생된 한국 사람들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DATE: 2017.02.20 - 19:17
LAST UPDATE: 2017.02.20 -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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