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사 중에 한 선생님이 있었지
얼굴은 갸름하고 턱볼은 없고
얼굴색은 거무튀튀하니 생겼고 입은 그렇지 않아도 앞으로 모여진 모양인데
무얼 강조하거나 야단칠 때나 긴장할 때는, 입에 힘을 주어 동그랗고 뾰죽히 내밀었다
머리는 빠글빠글하게 파마한 머리여서 전체적으로 보면 멀리 남쪽나라에서 온 사람 같았다
우리는 선배로부터 내려온 그의 별명 “숯장수”를 조금은 미안해하면서도 잘 지은 별명이라고 생각하며 애용했다
기하를 가르쳤지
원성욱 (元聖旭)선생님
67년 3학년 8반에서였다
9시 전에 한 시간 일찍 나와서 하는 수업, 요새로 하면 0교시 수업이다
하루는 그 아침이 기하시간이었고
시간이 되자 부산하게 자리에 앉기 시작하고
이내 그 선생님이 들어오시어 교탁에 서서 이의인 반장의 “채료오-”구령을 기다려야 할 타이밍에, 선생님이 교탁위의 뭔가를 보고는 얼굴이 납덩이처럼 굳어지더니 그냥 훽 나가 버렸다
무슨 일인가 의아해했는데 그 교탁엔 숯 한덩어리가 놓여 있었던 것이었다
도대체 누가 올려 놨단 말인가
뒤이어 벌어질 사태를 걱정하며 그 한 시간을 조용히 긴장하며 자습으로 보낸 우리는 다행이 그 후로도 그에 대한 아무런 뒷탈 없이 그냥 지나게 되었다
그 얼마 후 그의 수업시간이었다
수업 중에 참새 한 마리가 교실 안으로 날아들었다
공부 하다말고 모두들 갈 데도 없고 앉을 데도 없어 짧은 날개짓으로 이리 저리 파득거리는 참새를 쳐다보며 이내 신이 났다. 어쩔 줄 몰라 파닥거리는 그 참새를 잡으려고 창문마저 닫아버리고 잡으려 들었다.
선생님은 “허 이놈들 봐라 ”하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은 똥그랗게 벌리고 한 동안 움직이지 않고 교단에 서 있었다
그때 그 참새가 그 선생님의 그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위에 둥지를 틀 듯 앉아 버린거다
그렇게 파닥거리며 이리저리 날던 그 놈은 그 위에서 아주 편안히 안정을 취했다
기절포복할 장면이었지만 착한 우린 그렇게까지 웃진 못했던 것 같다
머리위에 새가 앉아 있으니 기도 막히고 , 안절부절 방황하는 참새가 모처럼 안식을 취하는데 떨어버릴 수도 없어선지 그 동그란 눈을 위로 치켜뜨며 보더니
“창문 열어라” 조용히 얘기하는 바람에 모두들 평정을 찾고 창문들을 활짝 열어 참새를 내보내 주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수업을 진행했다
누가 그랬는지 길길이 뛰고 매질하고 부모님 부르고 해봐야 더 우습지,
공부 하다말고 무슨 짓이냐고 했을만도 한데 공부하느라고 수고하는데 잠깨워준 게 어디냔 식으로 넘어가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 척 ,눈감아주는 것이 최선이었지
그러니까 38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좋은 모습으로 머리에 남아
회상하게 되는게 아닐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머리위에 참새가 앉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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