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덜 하십니까? 지난주의 소주 강의 계속입니다.
그러면 소주(燒酎)는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나...
“창균이가 중2 때부터 마셨다는데요...” 맞는 말인 것 같지만 이 글에 맞는 답은
아닌 듯 하군요.
증류의 역사는 기원전 2천년 경 고대 바빌로니아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때의
증류기술은 술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향수나 약재를 얻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합니다. 8~9세기가 되면서 중동지역에서는 알코올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증류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증류에 의한 소주는 몽골족이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하면서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소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3세기 고려 충렬왕 때 몽고군(蒙古軍)을 통해서
라고 알고 있습니다.
몽골제국의 다섯번째 칸이며 원나라의 시조인 쿠빌라이 칸이 바다 건너 일본을
치려고 병력을 고려에 주둔시켰는데 이때 몽골군의 주둔지였던 개성, 안동,
제주도 등지는 그 때문인지 소주를 잘 만드는 지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몽골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소주를 ‘아라키주(阿剌吉酒)’라고 불렀는데
이 단어의 어원을 더듬어 올라가면 아랍어의 ‘아라크’와 만나게 됩니다.
징기스칸도 즐겨 마셨다고 하는 ‘아라키’가 그것이지요.
당시 몽골의 군인들은 허리에 가죽부대를 차고 다녔는데 그 안에는 틀림없이
아라키가 들어 있었겠지요.
개성일대에서는 소주를 ‘아락주’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당시 고려인들은 술을 참 좋아했었다는데요, 고려말 소주가 전래되기 이전까지
고려인들은 탁주와 청주를 즐겨 마셨답니다. 맑은 술 청주는 귀족들이 즐겼고,
감칠맛 나는 탁주는 서민들의 술이었다고 합니다.
이조시대의 소주는 곡식을 원료로 한 비싼 술이었기 때문에 귀족이나 특권층이
마시던 고급 술이었답니다.
그런데 소주의 강한 맛에 이끌려서 서민들도 만들어 마시게 되니까 성종 때는
일반 민가에서 소주를 만들어 마시는 것은 극히 사치스러운 일이라며 소주제조를
금지하는 상소를 올렸었다는 기록이 있고, 성종실록에는 소주를 빚어 마시므로
비용이 막대하니 소주 제조를 금하는 게 좋겠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의 마포구 공덕마을 일대의 소주가 맛 좋기로 유명했다고 하네요.
쏘주 좋아하는 고광윤이네 동네군요. 어쩐지...
그후 소주는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 초반까지 큰 변화없이 전통 소주의 길을
걸어왔는데 누룩을 이용한 재래식 소주는 1952년 이후부터 쌀이 모자라서
식량 수급을 외국산 양곡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값싼 당밀로 대체됩니다.
더우기 1965년 정부의 식량정책 중 하나로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소주
제조에 일대 변혁이 시작되었던 거지요.
우리 고유의 맛과 향기를 즐길 수 있었던 증류식 순곡주가 소주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고구마, 당밀 등을 원료로 해 만든 주정을 희석한 소주가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그 많던 전통 소주가 타격을 입고 사라지게 됩니다.
전통 소주는 쌀이 없이는 주조가 불가능 했거덩요...
1970년이 되면서 소주는 또 한 번의 변화를 맞게 됩니다.
당시 전국에 퍼져 있던 254개 소주 업체를 정리해서 주류회사 통폐합 작업에
들어간 것이지요. 당시 통폐합의 명분은 저질 주류 생산 방지와 유통질서 회복
이었지요. 이러한 주류 회사의 통폐합으로 1977년, 각 지방별 제조장 기준으로
각도에 한 개씩 총 10개의 희석식 소주업체가 유지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 당시에는 ‘1도(道) 1소주’ 원칙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강원도 해수욕장 같은데서 진로소주 사마시기가 어려웠던거 기억나지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소비된 소주는 360㎖ 2홉들이 기준으로 34억 1,127만
병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한국주류산업협회).
이것은 19세이상 성인이 작년 한햇동안 87병 이상을 마셨다는 계산입니다.
윤형기 같으면 한 600병 정도 마셨겠지요.나는 100병 정도, 창균이는 250병...
브랜드별 쉐어를 보면 진로의 ‘참이슬’이 48.3%로 역시 단연 1위이고,
롯데의 ‘처음처럼’은 14.8%, 또 무학소주의 ‘좋은데이’와 ‘화이트’가 합쳐서
13.3%, 금복주의 ‘참소주’가 7.6%, 보해양조의 ‘입새주’와 ‘천년입새’ 합쳐서
5.5%, 대선주조의 ‘C1’과 ‘예’ 등을 합쳐서 3.4%, 선양의 ‘O2 린’이 3.5%,
충북소주의 ‘시원한 청풍’ 1.4%, 한라산소주 1.2%, 보배소주의 하이트 0.9%
등의 순서입니다.(2012년 12월 기준)
소주를 더 맛있게 마시려면...
소주는 섭씨 5~8도 정도로 시원할 때 가장 맛이 있습니다. 너무 차가우면 혀의
감각이 둔화돼서 맛이 덜 느껴지고, 미지근한 소주는 알코올 냄새가 많이 나서
쓴 맛이 납니다.
맥주에는 땅콩이나 오징어 같은 마른 안주가 어울리듯이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주종이기 때문에 역시 찌개같은 수분이 많은 음식이 제격입니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머리 아프고 속이 쓰릴 때, 해장은 어떻게 하나요?
알코올은 분해될 때 수분을 많이 가져가기 때문에 갈증을 느끼게 되고 혈액도
끈적해 집니다.
해장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인 방법은 역시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겠지요.
숙취에는 알코올 분해를 도와주는 아스파라긴 산이 많이 들어 있는 콩나물 국이
역시 좋다지요. 그리고 주독을 풀어주는 선지국에는 철분과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어서 개운하고, 간을 보호하는 아미노산이 풍부한 북어국... 등등
또는 꿀물에 인삼 한뿌리도 좋습니다.
숙취 해소를 위해서 해장술을 한다는데 이건 아주 나쁜 짓입니다.
간이 알코올이 미처 해독되기 전에 또 알코올이 들어가면 간이 수용을 못하므로
혈액으로 들어갑니다. 해장술은 영어로 ‘Hair of Dog’ 즉 ‘개털’이지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고 간에 더 나쁜 영향을 줍니다.
이런 술 기억하십니까...?
지금부터 딱 10년 전에 국순당에서 내놓은 술인데요...
「메밀 한잔」이라... 도대체 이런 술이 왜 나왔을까잉...?
국민 안주 삼겹살과 어울리기 위해 몸에 좋다는 메밀로 만들었다는데...
우선 이 술은 세상에 나온 목적부터가 애매합니다. 기존 소주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만든 것 같은데 알코올 도수가 12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소주도 아니고 청주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주 칵테일도 아니고...
특별하게 남 다른 무슨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맛도 없었지만요...
이것도 저것도 아닌 특징없는 술을, 소주맛에 길들여진 예민한 술꾼들은 쳐다
보지도 않았지요.
마케팅 용어로 포지셔닝이 전혀 되지않아서 소비지들이 기억조차 할 틈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제품의 장점이나 특징이 소비자의 마음 속에
자리 잡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입니다. 소주 강의는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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