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처음 만났던 올레길.
그날,우리 만남은 처음 이었지만,채 한시간도 되지않아 우리는 마치 오랜 친구였던 것 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동화되기 시작했다.
그다지 길지않은 하루를 함께한 첫날,우리는 여름밤 별만큼이나 수많은 얘기를 주고 받았다.
내가 얘기했고,올레는 들어 주었다.
잠자리에 든 내게 올레가 얘기했다.
좋은친구가 되어줄테니 편안한 밤 되라고.
그리고,
한밤이 지나는 동안, 올레는 오랜세월 내가슴 깊은곳에 흉칙한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던 노회한 야바위꾼의 마음을 훔쳐갔다.
나는 고마움에 말없이 울었고,흐르는 눈물위에 올레는 입맞춤 해 주었다.
올레는 언제나 아련한 추억의 모습이었다.
젊은날 어느가을녘,우연히 마주쳤던 산골처녀의 수줍은 미소처럼 늘 순박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었다.
올레는 언제나 어릴적 기억속의 어머니 모습이었다.
이른새벽,조용히 도시락을 준비해 주시던 어머니처럼 늘 포근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었다.
올레는 언제나 밝은 웃음을 가진 아내의 모습이었다.
눈으로 물으면,말없이 웃음으로 대답하는 사랑스런 아내의 모습으로 늘 내게 다가왔었다.
우리는 그렇게 네밤을 함께하고 돌아섰다.
아무런 약속도 없었지만,우리는 머지않아 다시 만나게 될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제 또 올레를 만나러 가려한다.
봄처녀의 수줍은,그러나 화사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줄것 같은 올레가 보고싶어 짐을 꾸린다.
3월19일 부터 네밤을 올레와 함께 하려한다.
동행할 친구들이 있으면 올레가 더 행복해 할것 같다.
올레는 언제나 쓰다듬고,안아주고,입맞춤해 주고싶은 아내와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소풍날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으로 손가락을 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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