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내려 집으로 향하던 걸음이 나도 모르게 멈춰졌습니다. 내앞에서 힘겹게 움직이는 손수레가 마치 내게 도움을 청하며 울고 있는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나는 그 손수레를 밀수가 없었습니다. 그 안에 있는것 이라고는 고작 포장용박스 몇개와 신문지 묶음 한다발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수레를 끄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니 축 쳐진 작고 가녀린 어깨가 그 사람의 삶의무게를 헤아리게 해 줍니다.
앞을 지니치며 힐끗 얼굴을 훔쳐보았습니다. 후드를 덮어쓴 얼굴이 아직 사십을 넘기지는 않은듯한 그러나 병색이 완연한 매우 지친모습의 여자 였습니다. 나도 모르게 "어디가 많이 아프세요? 괜찮으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그렇게 묻지 않을수가 없었을 겁니다. 이어 돌아온 대답은 그저 힘없이 머리를 한번 도래질한것 뿐입니다. 그 도래질 한번 조차도 힘겨워하는 눈에서 나는 알수없는 수많은 슬픔을 보았습니다. 더 이상 발걸음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무언가 그 사람을 위해 해주고 싶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이 막혔습니다. 그 사이 그 사람은 건널목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힘겨운 모습 그대로.... 나는 서둘러 휴대전화의 카메라로 그 모습을 훔쳤습니다. 이유도 모른채 꼭 그렇게 해야만 할것 같았습니다.
집에는 여느주말과 마찬가지로 곧 들이닥칠 손자녀석들을 위한 아내의 부지런한 손놀림과 맛갈스런 접시가 식탁을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간이 맞는지 맛보라는 아내의 말에 나는 그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직도 내 눈에는 그 사람의 뒷모습이 너무나 진하게 남아있어 다른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보다 더 세월이 흐른후,지난날을 뒤돌아 보는 시간이 온다면 내 인생의 어느 한 페이지에도 나름대로 어렵고 힘들었던 일이 있었음을 보게 되겠지요. 한여름에도 스산함을 느낄만큼 춥고,어둡고,쓰러질것 같던.
에제,예배드리기전 기도했습니다. 삶에 지쳐 가라앉을것 같아 보이던 그 사람의 어깨가 머지않은 내일에 활짝 펴질수 있게 도와 달라고. 그리고 훗날,그 역시 지난날을 뒤돌아 볼때 편안한 웃음으로 그의 페이지를 넘길수 있게 은혜를 허락해 주시기를.
한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우울한 얘기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 이야기를 미루고 지나치면 내 한주가 너무 힘들것 같아서..... 그리고 함께 짐을 나눌수 있는 친구들이라고 믿기에.
오늘,내 자리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가 할수있는 일이 무엇일까 또 한번 고민하려고 합니다.
DATE: 2012.03.12 - 10:31
LAST UPDATE: 2012.03.12 -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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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중에는 경산 영남대학 부근의 원룸에서 생활하는데 우리 원룸에는 아주 스포티하고 멋진 벤츠를 타는 젊은 친구가 있어. 이런 친구를 볼 때 인간이 평등하다고 누가 헛소리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단다. 우리 원룸 근방에도 어김없이 폐지 특히 카톤 박스의 쟁탈전이 벌어 지는데 폐지를 줍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를 잡수신 할아버지 아니면 할머니야. 그래서 나는 e-mart에 물건 사러가면 가급적이면 무거운 상자에 담아오고 담을 필요가 없어도 꼭 상자에 담아와서 이분들이 주워가시게 박에다 내 놓지. 별것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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