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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돈에 대해 무섭다.
중국인들이 반세기 동안 개인 소유를 부정하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중앙통제에 의한 계획경제에 따라서 살았다고 해서 장사꾼으로서의 소질 마저 잃어 버린 건 아니다.
중국에서 산지 겨우 2년 밖에 안되었지만, 그 동안 보고 듣고 느낀 바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타고난 장사꾼이라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참으로 현실적인 사람들이고 모든 것을 돈과 결부 시킨다고 하면 지나친 말이 될까?
모르긴 몰라도 상(商)나라가 주(周)나라에게 망하고(B.C.1100) 商人이란 말이 생겨난 후 3000여년 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돈을 숭상하는 기질은 아마 중국인들의 유전인자에 각인이 되어 있어서 반세기에 걸친 공산주의 통치로도 불식시키지 못하고 다만 수면 하에 잠복하고 있다가 등소평에 의한 시장경제 도입과 동시에 다시 봄을 맞은 게 아닐까?
그들의 최대 명절인 춘지에(春節: 우리의 설날)의 인사도 꿍시파차이(恭喜發財: 돈 많이 버십시요)외에도 재물에 관한 것이 참 많다.
이렇게 현실을 중요시 하다 보니 사후의 문제를 다루는 종교도 중국에서는 아주 현세적이고 현실적이다.
공산주의 종교를 아편이라고 해서 탄압했지만 소위 말하는 절에 가서 절을 하는 불교신자가 많은 것도 중국이다.
중국엔 살림집과 가게가 붙어있는 집들도 많은데 그런 가게에 들어가 보면 어느 점포든 한쪽 구석에 관운장처럼 생긴 재신을 모셔놓고 그 앞에 항상 향불을 켜놓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숫가락 하나라도 있으면 들고나가서 장사를 하는 전통이 있어서 그런지 길거리에 조그만 좌판을 벌려놓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파는 것을 보면 우리상식에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것이 많다.
나이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라면 모르겠는대 젊디 젊은 사람들이 허접쓰레기 같은 물건
몇 개나, 과일 몇 개, 나물 몇단 등 다 팔아도 일당도 안나올 물건을 앞에 펴놓고 하루 종일 버티는걸 보면 우습다고 해야 할지 존경스럽다 해야 할지 정말 판단이 서질 않는다.
다만 그들의 끈질긴 인내심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지난번에 잠깐 언급한 적이 있지만 가짜 돈 필요한 사람 연락 하라고 버젓이 핸드폰 번호를 담벼락에 남겨두는 사람들이니 말해 무얼 하겠나?
중국에 살면서 느끼는 것중의 하나는 어떤 국가의 문화란 것이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살면 살수록 중국인들의 의식 저변에 흐르는 “수호지”적인 사회적 관습이 아직도 맥맥히 흐르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느낀다.
이런 의식은 오랜 세월을 두고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는 동네에서 몇 군데 눈에 띄이는, 우리에겐 생소한 가게는 받은 선물을 되사는 가게이다. 이런 가게에는 收禮物 이라고 쓰여 있는데, 자기가 받은 선물 중에서 필요 없는 것,
너무 많아서 다 소비 하지 못할 것, 그리고 뇌물 받는 고가품 등을 싸게 사들여서 되파는 곳이라 한다. 명절이 지나면 부촌 쓰레기통에 썩은 갈비짝이 나돈다는 우리 나라에 비하면 어쩌면 합리적이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이런 가게가 존재 한다는 것도 오래된 그들 만의 문화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사실 중국에 오면 꽌시(關係)란 말을 많이 듣는대 중국인들은 이 꽌시 관리에 대단히 신경을 쓴다.
과거 청나라 때를 다룬 역사 소설 같은 것을 보면 지방에 나가 있던 총독이나, 순무 그 외에 하급 관리도 업무차 북경에 돌아 오면 먼저 선물을 챙겨들고 자신의 울타리가 될 경관들의 집을 찾아 몇 며칠이고 돌아 다녔으며 그런 사람들의 집을 방문하면 우선 문지기부터 시작해서 집사에게 까지 인사 치례를 했고, 또 새로운 꽌시를 만들기 위해서 돈을 아끼지 않았으니 이 돈이 다 어디서 나왔겠는가?
이런 전통은 청대에 형성된 것이 아니고 모른긴 해도 아득한 옛날부터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전통이 민간에도 뿌리 내리고 관행으로 굳어져서 오늘날도 중국인들의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을 터이니 어찌 받은 선물을 되사고 파는 영업이 생겨나지 않을까?
그러므로 중국에서 부정부패를 근절 한다는 것은 아마 영원히 불가능할 지 모르겠다.
우리 동네 아파트는 우리가 화이로우의 압구정동이라고 부를 만큼 이 동네에서는 가장 좋은 아파트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에 지하실이나,주차장은 별도로 분양을 받아야만한다.
우리 관념으론 지하실이나 주차장은 당연히 써비스로 제공 되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아파트분양을 받았다가는 낭패이다.
주차장 한면한면에 쇠로 만든 조그만 구조물을 설치하여 놓고 잠금 장치가 달려 있어서 아무리 입주자라도 주차장을 별도로 분양 받지 않은 사람은 마땅히 차를 댈만한 곳이 없다.
중국 속담에 入國問俗 (타향에 가면 먼저 그 곳의 습관을 물어라)라는 말이 있는데 묻는것도 뭘 알아야 묻지. 그리고 주민들에 대한 안내도 전부 게시판에 居民委員會에서 공고를 붙이는데 중국말을 모르니 중요한 것을 당연히 모르고 지내고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는 차가 지나간 후인 경우가 비일 비재하다.
그러나 요즈음 북경의 왕징(望京)같이 한국인이나 외국인이 많아 사는 지역에는 국가 기관에서 하는 공고는 중국어, 한국어, 영어로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외국에서 사려면 그 나라 언어와 문화에 공부를 참으로 많이 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중국과 같이 우리와 체제가 다른 경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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