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더럽고 지저분하다고?
우린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이 더럽고 지저분하다고 하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이건 보기에 따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분명히 중국 북방 사람들은 목욕을 자주 하지 않고 머리도 부시시하게 까치집을 지은채로 다니는 사람이 많다. 의복도 남루하고 소매엔 때가 묻어서 번질번질한 것도 자주 눈에 뜨인다. 그렇지만 이게 사람들이 게으르다거나 천성이 지저분하고 더럽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
중국 북방의 겨울은 날씨가 매우 춥고 냉하다. 그리고 물도 비교적 귀한 편이다.
더욱이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집에 욕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춥고 긴 겨울 동안 어디서 목욕을 하겠는가?아마 고양이 세수나 겨울 할까 말까…
우리나라도 필자가 대학 다닐 때만해도 역시 그랬었다. 겨울은 길고, 집에 욕실은 없고 하니 한 달에 한번쯤 대중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곤 했었다.
여름에야 마당이나 부엌 한구석에서 더위를 식힐 겸 매일 등물을 했지만 겨울엔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대중 목욕탕을 이용할 수 밖에..
그런데 그 대중 목욕탕이란 곳이 지금 생각하면 비위생적이기 짝이 없었다.
한 달에 한번쯤 목욕하러 오는 사람들이 욕조에 들어 앉아서 때를 불리니 욕조에는 허연 때들이 둥둥 떠 다녔고 관리인들이 이따금씩 잠자리채 같은 것을 들고 들어와 떠 다니는 때를 건져냈던 것이다. 아마 우리보다 살기가 좋았던 서양인들이나 일본인들은 그걸 보고 한국인들은 지저분하고 더럽다고 했을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천성적으로 지저분하고 더럽단 말인가? 단지 상황과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지 사람들이 원래 지저분하고 더러운걸 좋아(?)했던 건 아니잖는가?
중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도 경제상황이 나아지고 사는 형편이 좋아지니 목욕을 자주 하게되었다.
필자가 사는 화이로우만 해도 대중 사우나가 여러 곳 있고 도 새로 생기고 있다.
그 중에는 어디에 내어 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시설이 좋은 곳도 있다.
입장료 또한 어디에 내어 놓아도 빠지지 않음은 물론이다.
내가 즐겨 가는 대중사우나는 大 文 華 沐 浴 中 心이라고 하는 중급 사우나이다.
시설은 그저 보통 수준인데 그런대로 할만 한 곳이다.
이곳에는 A, B, C, D 4가지 코스가 있다.
A코스는 인민폐 38원 인데 목욕, 때밀이, 발안마나 두부안마 중 선택 으로 구성 되어 있고
B코스는 인민폐 100원이고 목욕, 때밀이 중의 보건, 말안마나 두부안마중 택일,
그리고 족료, (각질을 벗기고 죽은 발톱을 긁어 내는것) 간단한 음료
C코스는 인민폐 200원이고 목욕, 때밀이, 전신안마, 족료, 괄사(기름 바르고 물소뿔로 전신을
문지르는 것) 나 부항, 발안마, 두부 안마, 차 한주전자
D코스는 인민폐 300원이고 목욕, 때밀이, 전신안마, 족료, 괄사,나 부항, 발안마,
두부안마, 고급차 한 주전자
나는 항상 인민폐 38원짜리 A코스를 한다.
우선 이곳에 들어가면 신발책임자가 신발을 보관하면서 접수대의 아가씨에게 번호를 말한다.
그러면 접수대 아가씨가 어느 코스를 할거냐고 물으면서 A,B,C,D라고 쓰인 동그란 프라스틱 표를 번호표 달린 열쇠에 달아 주면 받아 들고 라카룸으로 들어선다.
흔한게 사람인 중국인지라 라카룸에도 책임진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얼른 열쇠를 받아 들고 해당 번호의 옷장을 열어 주면서 일회용 프라스팈 컵, 치솔, 샴프 와 수건을 건내준다. 그것을 받아 들고 옷을 벗어 넣고 잠근 다음 욕실로 들어가면 샤워, 욕조, 사우나실이 있는데 우선 샤워를 하고 사우나에서 땀을 뺀 후 때밀이 침대로 다가가자 역시
대기하고 있던 때밀이가 얼른 얇은 비닐을 한 벌 그 위 깔아 놓고 더운 물을 한 바가지를 뿌려서 비닐 침대에 착 달라 붙도록 한 후 그 위에 드러누우라고 한다.
그 위에 벌렁 드러누우면 숙달된 솜씨로 몸의 구석구석 찌든 때를 정성껏 밀어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맛보기 힘든 사치이다. 이번엔 국내에서 좀 오래 있다가 중국으로 돌아
왔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 사치를 맛보지 못했더니 때가 마치 멍석 말리는 것처럼 밀려 나오는게 아닌가? 때밀이 눈치를 보니 그런 것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앞면을 다하고 엎드리면 등쪽도 마찬가지로 구석구석 정성껏 때를 밀어 준다.
때를 다 밀고 나면 뭐라고 묻는데 중국말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때 조심을 해야 한다.
내용인즉 牛 奶(우유) 浴, 염浴, 混 合 浴, 淸凉浴 같은 것을 하지 않겠느냐는 말인데 무심코 대답하면 제일 비싼 청량욕(일종의 박하 기름 같은 것으로 문질러주는 것)을 해주고 나중에 계산할 때 보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있다.
나는 무조건 뿌융(不 用)이다. 그러면 군 소리 없이 등판을 장단 맞추어 가면서 열심히 두드린 후 툭 치면 끝이다.
다시 사우나실에 들어가 땀을 좀 뺀 후 샤워를 하고 갱의실로 나오면 한 친구가 커다란 타올을 들고 등을 덮어 준다. 물기를 닦고 있으면 이 친구가 와서 浴服은 어느 것으로 하겠느냐면서 인민폐 10짜리에서부터 20원, 30원짜리 등을 보여 준다. 그렇지만 나는 免費는 없느냐고 물으면 已消毒이라고 쓰인 자외선이 비치는 장안에 있는 것을 꺼내 준다.
그것을 입고 한층 올라가면 드러누울 수 있는 푹신한 소파 의자가 줄줄이 늘어선 커다란 홀이 있는데 그곳에 가서 자리 잡으면 우선 뭘 마시겠느냐고 묻는다.
목이 마르면 광천수나 차를 한잔 마시고 (값이 목욕비에 비해서는 조금 비싼 편이다.) 아니면 역시 부야오(不要)이다.
그러면 아가씨가 안마 재료가 든 통을 들고 다가와서 발안마 와 두부안마중 어느걸 하겠느냐고 묻는다. 상황에 따라 하고 싶은걸 이야기 하면 정성스럽게 안마를 해준다. 다 끝나고 나면 방을 옮겨서 전신안마나 보건안마를 하지 안겠느냐고 물어 온다. 나의 경우는 역시 부야오이다. 그런 것은 전문 안마집에서 하는게 더 낫기 때문이다.
다 마치고 카운터에서 계산하면 인민폐 38원..
이것이 중국에서 살면서 누리는 조그만 사치 중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이런 곳에 가서 자주 목욕을 할 형편이 되지 못하니
당분간은 그들의 천성과는 무관하게 더럽고 지저분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중국의 북부 지방은 원래 물이 부족한 곳인 데 수많은 중국인들이 다 집안에 욕실을 가지게 되거나 대중 사우나에 가서 목욕을 한다면 중국의 물 사정은 보나 마나 끔찍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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