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이런 저런 사유로 병원에 가본 것이 몇 번인가 된다.
그런데 지난 14일에는 흔히 말하는 “목구멍의 가시” 때문에 한 밤중에 병원 신세를 졌다.
식당을 하는 덕에 먹는 것에 돈 걱정을 안 해도 되니 시식도 할 겸 매일 이것 저것 식성대로 찾아 먹는다. 아내도 모처럼 식사 준비 하는 고통에서 벗어나서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르겠다.
아내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돈 벌이는 어떻든 간에 공연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14일은 중국에서는 정인절(情人節 칭런지에)라고 부르며 여자가 남자에게 장미꽃을 선사한단다.
점심 때는 어느 날 보다 한가해서 오늘 장사는 별로겠구나 했는데 저녁이 되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해서 개업 후 처음으로 만석이 되는 기록을 깨뜨린 것까지는 좋았는데종래는 주인도 종업원도 아직 풋내기라 마침내 감당 불능 상태가 되고 말았다.
뛰어난 POS system으로 관리를 해도 손님도 종업원도 중국인들이라 음식이 다른 테이블로 배달 되고 잘못 배달된 음식을 모르고 먹어 버리는 해프닝이 발생 했다.
또 주방에서 순서가 뒤바뀌어 나오는 바람에 나중 온 손님의 주문이 먼저 나오고 오래 기다린 손님의 음식은 나오지 않고 마침내는 화를 내는 손님도 있고 그야말로 서투른 음식장사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좋지 못한 일은 다 일어 났다.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한편으론 더 이상 오시는 손님들에게는 오늘 준비된 음식이 다 팔렸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서 돌려 보내고 한편으론 주방에 꼬인 오더를 간신히 바로 잡고 하여 겨우겨우 하루를 수습하였다.
그런데 이날의 백미는 늦은 저녁을 먹다가 생선 가시가 목구멍에 걸린 것이다. 별게 아닌게 사람의 신경을 보통 쓰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도저히 그냥 잠을 잘 수 없어서 밤늦게 이곳에 있는 화이로 제1병원 응급실( 지쩐急診)을 찾아 갔다. 접수 창구에서 야간 진찰비 4원을 내고 응급진료 접수를( 꽈하오掛号)하고 4층에 있는 이비인후과 진찰실로 가니 때가 꾀죄죄한 가운을 입은 당직의사가 구멍 뚫린 둥근 거울을 이마에 쓰고 있었다.
허름한 의자에 앉으니 가제를 주면서 나보고 "이"하는 소리를 내면서 내 손으로 혀를 잡아 당기라고 하더니 치과에서 쓰는 입에 넣는 자루 달린 거울을 알코홀 램프에 소독을 하고나서 입 속에 넣어서 이리 저리 살피면서 이상한 집게를 입안에 넣고 한참 이리저리 돌리다가 꺼낸 후 씩 웃으면서 나보고 느낌이 어떠냐고 묻는 것이었다. 침을 삼켜보니 괜찮아서 슈푸(舒服 편안하다)고 했더니 집게를 내 앞으로 내미는데 큼지막한 V자형 가시가 눈에 뜨이는 게 아닌가?
비록 가운은 지저분하고 의료 기구는 우리나라 60년대 의료 장비 같았지만 얼마나 고맙던지…….
일을 끝낸 따이푸(大夫)(의사)는 종이에다 처치 비 60원을 적더니 아래층에 수납에 내고 가란다……
정말 목구멍의 가시가 빠지니 얼마나기분이 좋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