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광고와 모델 촬영 이야기입니다.
술 광고를 한 20년 가량 했었는데 여러가지 술 중에서 맥주광고가
그래도 좀 하기가 좋았습니다. 다른 제품들보다는 덜 복잡하고 덜
어렵거덩요. 전략 중심보다는 분위기 위주의 광고가 많았으니까요.
맥주 광고를 하면서 모델 촬영에 대한 야그를 몇가지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보여드리는 촌스러운 광고는 1950년대 초의 우리나라 맥주
광고들입니다. 사진술이 발달되지 않아서 대개 그림으로 표현했군요.
지금으로부터 60년도 더 지난 시절의 광고입니다.(그림 1~4)
1987년 경부터 내가 OB맥주 광고를 만들었는데 약간 알딸딸한
분위기를 만드느라고 신경 많이 썼지요. 이 캘린더는 물론 업소용
입니다. 가정용이 아니라... 모델도 내국인 모델과 혼혈인 모델을
적절히 섞어서 촬영했습니다.(그림 5)
촬영을 조금 쫓아다녀 보니까 특히 상업사진을 찍을 때는 사람을
촬영하는게 제일 어렵습니다.
벗은 사진일 경우에는 우선 몸매를 봐야 되고, 제품과 스타일이 맞나
확인을 해야 하고, 좋은 의상을 골라야 되고, 또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하고 연출을 해야 되고...
특히 수영복이나 여성 속옷을 촬영할 때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경력이 있는 모델은 알아서 척척 폼을 잡습니다만...
그러다가 1999년 중반에 들어 오면서 내년도 캘린더를 위한 모델을
찾는데 “동양사람도 같기도 하고 서양사람 같기도 한 모델을 찾아라”는
오더가 떨어져서 그런 모델을 구하러 일본으로 갔었지요.
일본에는 튀기 모델이 많거덩요. 모델을 데려오는게 아니라 캘린더에
쓰기 적합한 모델사진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모델사진을 취급하는 스튜디오 몇군데를 돌면서 벌거벗은 모델사진을
뒤졌습니다. 그때가 8월이었는데 일본 동경도 더웠지요.
3박 4일동안 벌거벗은 여자 사진을 매일 1,500장 넘게 검토했습니다.
하루종일 벌거벗은 여자 사진 들여다 보는게 좋았을 거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저녁때가 되면 밥맛이 떨어져서 술로 저녁을
대신해야 했지요. 3일째가 되니까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았습니다.
겨우겨우 사진 몇장 건져와서 캘린더를 디자인해서 납품했습니다.
(그림 6)
반응이 좋았는지 그 다음해에도 같은 일로 일본에 가서 똑같은 고통을
받으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좀더 대담한 사진을 골라서
캘린더를 만들었습니다.(그림 7)
마지막 사진은 맥주가 아니고 모 전자회사 중동 수출용 오디오
광고사진을 덤으로 보여드립니다.(그림 8)
광고주로부터 서양인 모델을 쓰라는 오더를 받았는지라 국내에서
서양인 모델을 찾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전 이야기인데요,
지금처럼 서양인 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촬영 날짜부터 잡아놓고 모델 구하는 업체에 부탁해서 서양인
모델을 데려오기로 약속했는데. 촬영 당일 촬영장에 데려온 모델을
보고 나는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얼굴도 갸름한게 예쁘고 몸이 아주 쭉쭉 빠졌습니다.
어디서 이런 모델을 구했냐고 물었더니 용산 미 8군에 근무하는 여군
아가씨라더군요. 계급은 상병이고...
얼굴도 성격도 예쁘고 말도 착착 잘 듣고... 기분좋게 촬영을 잘 끝낼
수 있었지요.
이 아가씨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