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8월 말, 그런데 왜 하필 6개월 전 얘기를 올리냐고 하겠지.

첫째는 다음에 이어질 얘기의 서곡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때 만들어놓은 걸 다시 새삼스레 되풀이하기가 엄두가 안났고,

셋째는 이만큼만 해도 모교를 오래동안 안가본 친구들은 반가울 거란 생각에서다.

2005년 2월 25일 모교를 찾았다.

봄방학중인 해질녘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섰다.

정문과 수위실은 40년전 그대로 모습이었다. 뒤로 보이는 벽돌집들은 낯설지만.

참! 언덕 오르는 길 오른쪽의 한옥집(누구 집이었지? 원성옥 선생님? 칠성이 선생님?)도

멋 없는 양옥집으로 바뀌어졌다.

순례자는 아줌마들만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본 나도 순례자의 기분이다.

동상 주위로 둘러싼 돌난간에글짜가 쓰여있다 1회생, 2회생, 마지막에

58회생에서 멈췄다. 하필이면 우리동기 앞에서 끝났단 말인가...

완공된게 1967년, 당시 마지막 졸업생이 58회였다.

아! 학교에서 한 것이 아니고 동창회에서 만들었나 보다.

원파기념관 - 난 들어가 보지도 못했는데...

원래 그 자리에 운동부 합숙소가 있었다. 수풀 우거진 언덕 위에 2층 집으로.

원파 기념관 앞에 6.10 만세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본관을 가운데 두고 3.1운동책원탑이 6.10 만세 기념비와 짝을 이룬다.

강당은 지금도 그 모습 그대로 변함이 없다.

여기가 어딘지 아는가. 본관 우측 축대 밑에 있던 화장실이다.

한 10년전 쯤 TV에서 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화장실을 개조해주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연히 프로를 보는데 그 첫 시간이었고, 어! 낯 익은 화장실 모습.

푸세식은 당근이고, 소변기는 긴 도랑만 있을 뿐이고,

화장실 문은 위쪽이 3분의 1은 잘려진 낡은 나무문.

담배 못 피게 하려고 앉으면 머리끝이 보이고 연기 발원지 잡겠다고 머리쓴 그 화장실이

닮았다 했는데 맞았다 중앙고등학교였다. 그만 얼굴이 화끈거려 돌리고 말았다.

덕분에 이런 멋진 화장실이 공짜로 생겼으니 그 프로에 나온게 잘되긴 잘된건가.

처음엔 과학관이라고 지었지. 지금은 신관이라고 부르던데 뭔지 개조 공사를 하고 있었다.

신관 앞의 나무들이 저렇게 자랐다.

동관, 서관과 함께 그자리에 그대로 있고 사적으로 지정되었단다.

3.1운동 책원지 . 이곳에서 3.1 운동을 모의해서 복원해 놓은 건데

강당옆 옛날 역도부 연습실로쓰던 판자집 자리에 세워져 있다.

"아으,  레엘 레에 고!" 야구부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중학교 건물은 초절약형 건물이었는데 멋쟁이 건물로 변신했다.

오른쪽 도서관 건물은 식당으로 쓰이고 있고,

저 뒤 빼앗긴 땅에 저 건물은 이젠 끝난 얘기인가...

중학교 저 안엔 여학생들과 함께 공부한다. 한 학년에 다섯 반 뿐이다.

무슨 차들이냐고? CF 촬영한다고 저렇게들 모였다. 이제 중앙은 촬영의 메카?

가장 놀라고 , 반갑고, 아주 내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들어 주던 거다.

중학교 올라가는 긴 계단 옆에 저 드럼통 잘라낸 테두리로 만든 화단 방책.

내가 다니던 40년 전에도 바로 그 놈이었고,

그때도 아이디어는 좋은데 어째 좀 궁색해보인다 싶었는데,

그 놈이 지금껏 살아있는지 아님 삭아서 같은 방식으로 다시 박았는지는 모르나,

지금도 버티고 있다.

옛날 내가 앉던 3학년 8반 내 자리에 앉아 봤다

화단 방책이 아직도 그대로여서 황당했는데

책상이 바뀐 건 잘됐다 싶으면서도 한편 더 이상 볼수 없다는 것이 서운했다

철근으로 접어만든 책걸상 일체형의 프레임에 두꺼운 나왕의 책상판, 온갖 낙서와

칼자국이 가득했던 그 책상을 어딘가 몇 개는 보관해 뒀겠지...

1968년 ,입시는 끝나고 졸업을 얼마 앞둔 어느날 내가 앉던 자리에 앉아 봤다

위의 사진은 이 사진을 생각하고 찍어 본거다